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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 열어갈 100인] 기초과학 7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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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본부]
조회수 5439
200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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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정신·학문적 업적·공익증대 잣대 증대 - 열악 환경속 “정상급 학자 다수”확인 성과 어느 사회건 미래를 열어갈 인물을 고른다면 과학기술자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지난 수세기 동안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증명됐고, 앞으로 21세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를 성장시키고 환경을 개선해 풍요롭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의 구실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기여에 못지 않게 우리 사회에 과학이 필요한 이유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정치·언론·문화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 널리 확산돼야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합리적 사고방식의 확산은 어느 나라에서나 기초과학자들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인물들을 선정하면서 ‘기초과학’을 비중있는 한 분야로 독립시킨 것은 매우 적절하며 한겨레다운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조사에서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사람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 “한국 안에서 과학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려 애쓰는 사람” “과학의 사회적 가치, 공익성에 관심이 높은 사람” “기초과학과 이공계의 중요성을 사회에 알리고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등이 제시됐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43인의 과학자가 추천됐다. 추천된 분 모두 각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내신 분들이어서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선정위원들과 토의에 들어갔다. 우선 첫째로 과학 분야이니만큼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학문적 업적이 있어야 한다. 둘째로 이미 잘 알려진 인물보다는 미래에 활동이 기대되는 사람을 우선한다. 셋째로 그 활동이 한국 사회에 공익적이고 좋은 영향을 줬거나 줄 것이라고 기대되는 인물을 선정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강석진(수학, 고등과학원), 김빛내리(생명과학, 서울대), 신희섭(생명과학,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상엽(생명화학공학, 한국과학기술원), 이필렬(에너지·환경, 방송통신대), 임지순(물리학, 서울대), 조무제(생명과학, 경상대) 등 7인이 선정됐다. 이들의 학문적 성과는 이미 여러 기회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예를 들어 임지순, 조무제 교수는 한국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국과학상을 수상했으며, 강석진 교수는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이상엽 교수는 한국에서 발표된 논문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을 여러 편 저술했으며, 김빛내리 교수와 신희섭 박사는 <네이처> 등 세계적 학술지를 통해 생명과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성과들을 발표했다. 이러한 학문적 업적 이외에도 이들이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고려했다. 예를 들어 조무제 교수는 지방대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상대학교를 생명과학의 세계적 연구 중심지로 발전시켰으며, 신희섭 박사는 의사 출신이면서도 자연과학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고 또한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대학에서 연구소로 이직한 바 있어 우리 사회의 지나친 의사 선호, 대학 교수 선호 경향을 실제로 극복한 인물이다. 이필렬 교수는 환경 및 에너지 분야에서 객관적 분석과 해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부딪치고 있는 과학적 이슈를 알기 쉽게 대중에게 알려준 공로를 인정받았으며, 김빛내리 교수는 젊은 여성과학자로서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평가받았다. 이들 7인 이외에도 최재천(서울대·생물학), 이영욱(연세대·천문학), 양형진(고려대·물리학), 이덕환(서강대·화학), 황우석(서울대·동물복제), 피터 김(미국 제약회사 머크·생명과학) 박사 등이 추천되고 심도있게 논의됐으나, 이미 잘 알려진 유명한 사람보다는 미래의 기대주를 우선한다는 원칙을 살리기로 했다. 또한 분야의 안배 때문에 안타깝게 포함되지 못한 분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 작업을 하면서 다행스럽게 느낀 일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세계적 정상급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이들과 그 후속 세대가 있는 한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앞날은 밝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 △ 첫째줄-강석진·김빛내리·신희섭·이상엽(왼쪽부터), 둘째줄-이필렬·임지순·조무제(왼쪽부터) -치열한 열정으로 수학의 미 좇아 ▽ 강석진(43) 고등과학원 교수·수학 -경력 △미국 예일대 박사, 미국 노틀담대 조교수, 서울대 부교수 △창의적 개념으로 여러 수학이론을 개척했다. 1992년 ‘완전결정이론’을 공동개발해 수리물리학의 격자모형 이론을 수학적으로 해명했고 최근엔 레고 블록과 테트리스 게임을 응용한 양자군의 표현론 모델을 밝히는 등 독창적 논문을 여럿 발표했다. 미국수학회의 대학원 수학교재를 공저했다.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유쾌한 수학자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맑고 치열한 열정으로 수학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할 것입니다. 수학을 향한 내 마음은 유치환 시인의 ‘깃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 아! 누구인가 /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실험대와 책상 오가며 도전 계속 ▽ 김빛내리(35) 서울대 교수·생명과학인력양성사업단 - 경력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 미국 펜실베니아대 하워드휴즈메디컬연구소 연구원 △디엔에이·단백질에 이어 최근 생명과학계에 관심을 모으는 ‘스몰 아르엔에이’(RNA) 관련 연구를 수행해왔다. 크기가 극히 작아 ‘마이크로 아르엔에이’로도 불리는 이 생체조절 물질의 생성에 핵심적 구실을 하는 효소를 발견해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신생 분야의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우려할 점들도 있지만 우리나라 과학의 앞날은 밝습니다. 이공계 전공을 포기하려는 후배들에게 과학자란 창의적 사고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요구되는 매력적 직업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마음껏 창의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선정된 것을 과분한 영광으로 여기며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낡은 실험복 차림으로 실험대와 책상을 오가며 이십 년쯤 보내고 나면 그때는 한국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물에 대한 반응 원리 밝힐 터 ▽ 신희섭(54)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학습및기억현상연구단장 -경력 △코넬의대 박사, 미국 매서추세츠공대 조교수, 포항공대 교수·생물공학연구소장 △1997년 간질과 운동신호에 관한 <네이처> 논문을 비롯해 세계의 저명 과학저널에 잇따라 연구논문을 내고 있다. ‘티(T)형의 칼슘 통로’가 뇌에서 의식과 무의식 상태를 조절하는 스위치 구실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 주목받았다. ‘분자에서 행동까지’라는 최신 신경과학의 연구 흐름을 이끄는 대표적 연구자다. 지하철을 이용하고 걷는 것이 최고의 건강법임을 잘 알면서, 오늘도 차로 출근합니다. 45분 길을 20분으로 줄일 수 있음이 겉 이유요, 게으름이 속 이유입니다. 급 정거! 옆에서 갑자기 끼어 드는 차. 욕이 튀어 나오고, 화가 풀썩 일다가 잠잠해지고, 씨익~ 한 번 웃습니다. 방금 내 마음·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나 마음가짐에 따라 사물에 대한 느낌과 반응도 다르게 됩니다. 단순히, 통증 반응의 크기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가 이러한 문제를 밝히고 싶습니다. -세계최고 획기적 기술개발 매진 ▽ 이상엽(40)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생명화학공학과 -경력 △미 노스웨스턴대 박사, 영 케임브리지대 초빙교수, 아시아비전위원회 공동위원장 △개량한 대장균을 통해 생분해성 고분자(PHA)를 생산하는 기법을 개발해 ‘플라스틱 박테리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미생물을 이용해 여러 단백질들을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유전체·단백체 등의 무수한 데이터를 종합해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시스템 생명공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대사공학 분야에서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상을 주셔서 항상 어깨가 무겁습니다. 사실 이 상들은 내 손을 빌려 우리 실험실의 졸업생과 학생들이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비와 연구인력은 부족하지만 방향을 잘 설정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연구, 경제를 발전시킬 획기적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너무나도 고맙고 감동적인 것은, 이공계 기피 현상과는 거리가 멀게, 제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너지 절반이상 태양서 얻는 꿈 ▽이필렬(47) 방송통신대 교수·문화교양학과 -경력 △독일 베를린공대 박사, 유네스코 자연과학위원, 에너지대안센터 대표 △과학기술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지속가능한 대안 에너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인 에너지대안센터 창립을 주도했으며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대안 에너지에 관한 관심을 우리 사회에 제시해왔다.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 그리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확립과 관련한 그동안의 작업이 조금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바탕을 둔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확립을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내가 사회 활동에서 완전히 은퇴할 즈음인 30년 뒤 우리나라 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태양에서 오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변신통해 나노기술 돌파구 마련 ▽ 임지순(53) 서울대 교수·물리학 -경력 △미국 버클리대 박사, 미국 매서추세츠공대 연구원,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 △차세대 반도체 등 첨단물질로 떠오르는 탄소나노튜브의 전자 구조와, 헤모글로빈 등 생체분자의 전자 구조의 특성을 연구했다. <네이처> 등에 탄소나노튜브 관련 논문을 여럿 발표해 이 분야의 선구적 연구자로 자리잡았다. 요즘엔 차세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와 관련한 기초과학을 연구 중이다. 이공계 위기로 떠들썩했던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해준 학생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들이 사회에서 활동할 10년 뒤에는 이공계 우수 인력이 부족해 오히려 크게 대우받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7년 전 안식년에 탄소나노튜브 연구를 시작했는데 다시 안식년이 돌아와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40대에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50대가 됐습니다. 지난해에 오기를 부려 스노보드를 배웠던 것처럼 또한번의 변신을 통해 나노과학기술에 무엇인가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생명분야 기초과학 발전 최선 ▽ 조무제(60) 경상대 총장 -경력 △미국 미주리대 박사, 한국분자생물학회 회장, 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그동안 풀리지 않던 세포질 안의 칼슘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밝혀 <네이처> <미국과학아카데미회보>(PNAS) 등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여럿 발표했다. 지방대학의 어려운 연구 여건에서도 생명과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우수한 후학들을 길러냈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대학의 연구 경쟁력에 비례한다고 합니다. 원천기술의 기반인 기초과학의 성과 대부분이 대학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정책은 응용기술에 치중하고 기초과학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 우리의 기술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져 있습니다. 기초과학 특히 생명과학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나다 순, 인물정리 오철우 기자 04/01/09 한겨레 cheolwo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