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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농업은 생명과학이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이 1970년대 식량자급화 성취와 세계 최단기간의 국토 산림녹화 달성이라는 국가적인 공헌을 뒤로하고 수원 나들이 96년 만에 지난달 서울로 이전했다. 캠퍼스 이전을 많은 분이 축하해 줬지만 한 학부모의 편지는 필자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대학이름 가운데 ‘농’자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주고 우울한 대학생활을 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요사이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이 사양산업이며 국가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는 3D 업종이고 수출산업의 걸림돌이라는 인상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환경운동가 전우익 선생의 말대로 농업은 산업 중에서 가장 창조적인 산업이며 요사이 유행하는 생명공학도 농업의 발효공학이 그 원조라는 것을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농업의 기능도 선진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식량생산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환경보호, 동식물 자원보호, 국토보전 등으로 다양하게 전환됐다. 첨단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분야가 농업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인식해 온 미국의 위스콘신주립대와 코넬대는 각기 60년대와 70년대 초에 농대를 농업생명과학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생명공학 발전을 주도해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제는 게임산업에서조차 콘텐츠의 고갈로 농업에서 그 주제를 찾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우리 국민의 농업과 농업생명과학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도시 사람들도 농업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생명산업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농업은 첨단농업생명과학을 이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고 첨단생명공학이나 환경과학은 농업이라는 산업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유전자를 조작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는 생명공학기술도 육종할 작물과 가축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각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한 레저산업 수요는 산림환경을 활용해야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며 인공장기 줄기세포 등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가축자원이 빠지면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다. 동식물 유전자원과 국토 보전은 농업생명과학이 아니면 이룩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며 다른 학문이나 산업으로 결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농업인구 비율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지만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그 이유는 농업이 단순히 식량생산에 국한되지 않고 식품산업과 농업관련 산업까지 포괄하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고 그 산업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굳이 농업생산에 종사하는 인구비율만 거론하면서 국내 농업의 중요성을 폄훼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정부와 농민, 그리고 농업생명과학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은 농업생명과학기술을 통해 농업을 첨단과학으로 발전시켰음을 강조해 농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며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농업은 힘들고 어려우니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만을 계속 되뇐다면 농업은 결국 국민에게 외면당해 어려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무하 /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장 발췌 : 2003/10/12, 동아일보